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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이 뉴욕 걷고싶다”…한인 여성 피살에 공포와 분노



214일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한 공원에서 전날 인근 아파트에서 발생한 30대 한국계 여성 살인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뉴욕 시민 100여 명이 모여 증오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예방 대책을 촉구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이곳의 한 6층 아파트 앞 나무 밑에는 노란 장미를 비롯한 꽃다발 10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파트 입구 주위로는범죄 현장(crime scene)’이라고 적힌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고 경찰차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는 2월 13일 새벽 발생한 30대 한국계 여성의 살인 현장. 이곳을 배회하던 노숙자 아사마드 내시(25)는 귀가하던 크리스티나 유나 리(35)의 뒤를 바짝 쫓아간 뒤 집 안으로 들어가 일면식도 없던 그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밖에서 들여다 본 아파트 내부 복도는 매우 어둡고 두 사람 정도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한 눈에도 무척 낡아 보이는 건물은 간판들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고, 곳곳에 그라피티가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얼룩 투성인 외벽엔 녹슬 대로 녹슨 화재용 비상계단이 보였다. 이 동네는 맨해튼 내에서도 주거 환경과 치안이 좋지 않고 부랑자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아시아계가 또다시 범죄의 표적이 되자 주민들은 공포와 분노에 빠졌다.


30대 여성 필링 주닉 씨는 이미 많이 울어서 눈가가 부은 모습이었다. 브루클린에 산다는 그는피해자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여성인데다 나이도 비슷해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는 어린 아들과 외출하는 것도 무섭고 거리를 걷다보면 누가 자꾸 따라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나는 두려움 없이 거리를 걷고 싶다는 간판을 들고 인근 공원에서 열린 증오범죄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벤자민 웨이 씨는얼마 전 친한 친구가 흉기에 찔린 것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애틀랜타 총격 사건에서도 그랬지만 아시안들에게 팬데믹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집회에서 발언을 한 중국계 정치인 수전 리는당국에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는 도시에서, 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도 작년 2월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증오 범죄의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은참을 만큼 참았다”, “증오 범죄 주된 가해자인 노숙자와 정신이상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경찰은 전날 체포한 용의자 내시를 살인 및 강도 혐의로 조사 중이다. 내시는 지난해 5월 이후에만 뉴욕 등지에서 강도와 폭행, 기물파손 등의 혐의로 6번 이상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그런 위험한 인물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점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그의 이번 범행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 범죄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와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일제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시아계임을 강조하면서 연대 의지를 밝혔다.


크리스티나가 수석 프로듀서로 일했던 디지털 음악 플랫폼회사 스플라이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그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데 항상 헌신해 왔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도했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크리스티나는 뉴저지주 럿거스대를 졸업한 뒤 음악과 미술, 패션 등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아왔다.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에 입주한지는 1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잠잠한 듯 했던 아시아계 대상 범죄는 요즘 다시 이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에는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40대 중국계 여성이 노숙자에 의해 선로로 떠밀려 숨졌다. 브루클린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60대 한인은 갑자기 들어온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지난주에는 뉴욕 주재 50대 한국 외교관이 거리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외교관을 때린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한국인에 대한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뉴욕 한인회도 15맨해튼에서 증오 범죄 규탄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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