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정규군이 전장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는 게 전부였다면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대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이버전 등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러시아는 사이버전을 통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8년 러시아는 조지아를 침공하기 전 사이버 공격으로 조지아의 국가 기관들을 무력화했다. 조지아의 정부부처는 러시아군 소속 해커들의 디도스 공격 등으로 완전히 마비됐다. 언론사와 포털도 마찬가지. 공격을 막지 못해 기능을 상실했다. 조지아 정부는 기능을 상실했고 서방에 도움을 구하지도 못하고 전쟁 지휘 역시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언론과 포털이 마비되면서 생겼다. 공포심이 조지아 전체를 잠식했다. 정보 차단으로 국민들은 깜깜이 상태에서 두려움에 떨었고 저항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사전 작업과 함께 러시아는 전투기로 조지아를 공습했다. 조지아는 5일 만에 항복했다.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러시아에는 약 3만∼5만 명 규모의 사이버전 전담부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에서도 사이버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할 때 러시아군 해커들의 공격 때문에 우크라이나 중서부 지역은 수시로 대규모 정전을 겪어야 했다.
특히 2017년 등장한 '노트페타(NotPetya)'라는 악성코드는 역사상 최악의 사이버 공격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당시 크렘린과 연계된 해커들이 노트페타라는 랜섬웨어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공격을 감행했다. 이 악성코드는 공격 목표의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 데이터 소유자가 자신의 파일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랜섬웨어 공격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벌어졌다. 상당수 기업들의 전산망을 감염시켰는데 당시 미국 정부는 노트페타 때문에 약 10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거라고 추산했다.
‘IT Army of Ukraine’ 참가자만 31만여 명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러시아는 사이버전을 먼저 감행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의 데이터를 삭제하는 악성코드로 공격했다. 침공을 앞두고는 온라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먼저 공격했다"는 가짜영상 등을 만들어 확산시켰다. 사이버 보안업체인 '체크포인트리서치(CPR)'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뒤 3일 동안 우크라이나 군과 정부에 대한 온라인 공격은 196%나 증가했다.
그러나 사이버전은 한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조지아보다 사이버전 역량에서 훨씬 뛰어난 국가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개발 거점 중 하나다. CPR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4주 동안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러시아를 향한 사이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대부분 러시아 정부와 군이 목표다.
화이트 해커들이 만드는 블록체인 기반 사이버보안 플랫폼 '해큰(Hacken)'은 우리나라에도 공식 진출했던 우크라이나 기업이다. 공동창립자인 드미트로 부도린은 전쟁이 벌어지자 약 70명의 팀을 이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의 팀은 여전히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 시간이 끝난 뒤 남은 시간은 모두 사이버전에 참가하는데 쓰고 있다. 부도린은 ‘야후파이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팀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와 맞서 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군의 공급망, 통신, 운송 시스템을 파괴하는 걸 도왔다"고 말했다.
이런 이들을 위한 활동 공간도 마련돼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의 IT군인(IT Army of Ukraine)'라는 채널이 있는데 사이버전 참전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현재 가입자가 31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국민 외에도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이 활동한다. 군사적 공격만 돕는 게 아니다.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 러시아 국적 신용카드 11만 장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는 팀도 있고 러시아 내 주유소를 목표로 삼는 팀도 있다. 언론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러시아 국민에게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그룹도 있다. CNBC와 인터뷰를 한 한 참가자는 그들의 목표를 명확하게 말했다. "우리는 러시아가 석기시대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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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2-03-26 15:1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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