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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들을 수복한 뒤 그동안 러시아군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피투성이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주택과 건물들은 불에 타 폐허로 변했다. 마치 처형당한 듯한 자세로 발견된 시신도 많았다. 집단 학살이자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키이우 방어 최전선이었던 북서쪽 외곽 도시 부차는 한 달 넘게 계속된 격렬한 전투로 초토화됐다. AFP통신 기자들이 취재 도중 발견한 시신만 20구가 넘었다. 자전거에 탄 채로 고꾸라진 시신, 총탄 자국이 난자한 자동차 앞에 널브러진 시신, 도로 한복판에 쓰러진 시신 등 희생자들은 모두 무고한 주민들이었다. 어느 도로변에서는 러시아군이 불태우려 했던 시신 4구도 확인됐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도시를 되찾은 뒤 시신 280구를 수습해 마을 공동묘지에 안치했다”며 “이것이 러시아 점령의 결과”라고 분노했다.
특히 경악스러운 건 양손이 등 뒤로 결박된 채 머리에 총탄이 박힌 시신 더미가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성인 남성이었다.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성인 남성을 선별해 조직적으로 집단 살해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기간 부차에선 민간인 집단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몇 주간 부차를 점령한 러시아 짐승들은 민간인을 닥치는 대로 처형했고, 거리엔 손이 묶인 시신들이 흩어져 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민간인 8,750명이 숨진 ‘스레브레이차 대학살’에 빗대 “신(新) 스레브레이차 학살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러시아군은 심지어 어린이까지 ‘인간 방패’로 삼을 정도로 잔혹했다. 퇴각하는 러시아군 행렬을 우크라이나군이 뒤쫓아가거나 후방에서 공격하지 못하도록 점령지 어린이를 인질로 붙잡아 탱크에 방패막이로 태웠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키이우 인근 도시뿐 아니라 북부 전선 격전지인 수미와 체르니히우, 남부 자포리자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다.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기구는 러시아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잔인한 행동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며 “국제형사법정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도로와 주택가에 지뢰를 매설해 놓기도 했다. 일부 시신에서도 기폭 장치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국은 키이우 인근 도시 이르핀에서 2일 하루 동안 제거한 폭발물이 643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지뢰밭으로 만들어 재앙적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