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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함이 목적지인 항구까지 예인하는 동안 탄약고 폭발 화재로 인한 선체 손상으로 폭풍 속에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다만 “모스크바함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며, 승조원 510여명은 모두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모스크바함의 침몰 원인이 자군의 미사일 명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성명을 통해 “흑해 작전 지역에서 넵튠 지대함 순항 미사일이 모스크바함을 공격해 상당한 피해를 줬다”며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으며, 다른 함선이 구조를 시도했지만 태풍과 강력한 탄약 폭발로 인해 순양함이 전복되고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CNN은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모스크바함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나,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대로 미사일에 피격돼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CNN에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실제로 넵튠 미사일 등으로 모스크바함을 명중했다는 게 확실히 그럴 듯 하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모스크바함의 침몰은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미 해군이 2차 세계대전 중 전함이 침몰한 것이나, 현대전에서 항공모함을 잃은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미국 태평양 사령부 합동 정보센터의 전 작전 국장인 칼 슈스터는 “이보다 더 크게 러시아 국민의 사기와 해군의 평판에 타격을 줄 만한 일은 탄도미사일 잠수함이나 러시아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쿠즈네초프 함 손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군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해안 지역 공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구소련 해군에서 ‘슬라바’란 이름으로 취역했다가 2000년 모스크바함으로 이름을 바꿨다. 길이 187m에 배수량 1만1500톤 규모로 승조원이 500명 이상 탑승할 수 있으며, 사거리 700㎞ 이상인 불칸 대함 미사일 10여기 등을 싣고 있다.
이 군함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즈미니섬(뱀섬) 공격에 나선 두 척의 군함 중 한 척으로 악명을 얻었다고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당시 러시아 군함들은 즈미니섬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무전으로 투항을 요구했지만, 13명의 경비대원이 “러시아 군함은 꺼져라”라고 답하며 화제가 됐다. 경비대원들은 교전 과정에서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이 탄약 부족으로 인해 투항했다고 정정했다. 우크라이나 우정국은 지난 12일 포로 석방 이후 우크라이나의 영웅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우표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트위터를 통해 “모스크바함은 흑해함대의 기함일 뿐만 아니라 자존심이었다”며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러시아인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