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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전한 미국인 두 명이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혔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들은 북부 전선에서 교전을 벌이던 중 사라졌고, 일주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쟁을 후방에서 지원해 왔던 미국 정부 입장은 난처해질 수 있다. 러시아가 포로 석방을 대가로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경우 이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국제의용군을 인용, 미국인 알렉산더 드루크(39)와 앤디 후인(27)이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제2도시 하르키우 외곽에서 러시아군 기갑부대와 전투를 벌이다 실종됐다.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교전 며칠 뒤 수색대를 현장에 보내고 드론까지 띄웠지만, 유해는커녕 이들이 사용했던 장비조차 찾지 못하면서 생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드루크는 미 육군 출신으로, 2001년 9·11테러 이후 두 차례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크의 어머니 로이스는 “아들이 우크라이나군에 미제 무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며 “미 대사관이 아들을 러시아 포로와 교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후인은 미 해병대에서 4년간 복무한 뒤 2018년 전역했고, 올해 4월부터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투에 참전하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알렉산더 드루크(왼쪽)와 앤디 후인. 로이터·AP 연합뉴스
두 사람이 실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면, 개전(開戰) 이후 미국인이 포로가 된 첫 사례가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국인 피해는 지난 4월 의용군 자격으로 러시아에 맞서다 숨진 윌리 조셉 캔슬(22) 한 명뿐이다. 미국 정부는 전쟁 직후 4,000명의 민간인이 참전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지만, 그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이날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두 사람의 실종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원론적 입장 표명 수준이다.
그러나 상황을 바라보는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들이 포로로 잡힌 게 확인될 경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쉽게 승리하지 못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미국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자국민의 생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지원 중단을 요구할 경우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러시아에 ‘외세 개입’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정부는 두 사람을 미국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로 사용하려 할 수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들의 석방을 대가로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