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젖줄'로 불리는 라인강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강이 바짝 메말라가고 있다.
기록적 폭염과 적은 강수량에 갈수록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운송은 물론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11일 월스트릿저널과 13일 영국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BFG)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요 수위 측정 지점인 독일 카우프에서 측정한 라인강 수위는 40㎝ 미만이었다. 며칠 내에 30㎝ 미만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40㎝는 운송회사들이 바지선을 운항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수위다.
이미 라인강에서는 바지선 물동량이 크게 줄고 요금도 5배가량 급등한 상황으로, 바지선 운송이 완전히 중단되면 독일은 물론 유럽 경제 전반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월 초 기준으로 유럽 땅의 46%에 가뭄 경보가 발령되는 등 극심한 더위와 메마름 속에 라인강의 저수위 기간이 평년 대비 2개월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스위스·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가로지르며 연간 2억 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라인강의 수위가 급감하며 기업들은 물류난과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독일 내륙항법협회(DTG)의 로베르토 스프란지 이사는 도이체벨레(DW)에 “선박의 적재 능력이 평소의 25~35%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유니퍼는 라인강을 통한 석탄 공급 차질로 주요 석탄화력발전소 2곳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화학 기업 BASF도 감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인강이 서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유럽 경제, 특히 라인강과 가장 많이 맞닿은 독일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내륙 수상 운송의 80%를 담당하는 라인강은 물류 부문의 경제적 가치만 8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독일 내 석탄·원유·천연가스 수송량의 약 30%를 책임질 정도로 공급망에서의 역할도 크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라인강이 마를 경우 인근에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의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슈테판 슈나이더 이코노미스트는 “라인강 수위가 계속 낮아진다면 1.2%로 전망되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우브 유역 수위를 27㎝까지 떨어뜨린 2018년 10월의 가뭄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을 0.4%나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를 흐르는 포강도 유수량이 이미 평상시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위도 평소보다 2m가량 낮아지면서 이미 옥수수, 쌀 등 농업 생산량이 타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강도 상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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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드러낸 프랑스의 Loire 강 / Zuma Press |
프랑스 당국은 루아르강 보호를 위해 원자력발전소 냉각수 배출 시 강의 수온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가뭄에 강 수위는 낮아지고 온도는 이미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어서 냉각수 배출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냉각수 배출량을 줄이려면 전력생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급기야 당국은 최근 원전 일부에 대해 한시적으로 냉각수 추가 배출을 허용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밖에 전력의 90%가량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노르웨이도 저수지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서 향후 전력 수출 감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두 달여간 강수량이 적고 가까운 미래에도 이렇다 할 비 예보가 없어 이번 가뭄이 수 세기만의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연합연구센터(JRC)의 안드레아 토레티 연구원은 "아직 상황이 진행 중이어서 올해 가뭄을 완전히 분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지난 500년간 2018년 가뭄만한 경우는 없었는데, 올해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3개월간 건조한 상태가 지속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서 효과적으로 피해를 완화할 대책이 없으면 유럽 전역에서 가뭄이 더 심하게 자주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