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민
- 교육
- 음악/동영상
- English
조 바이든 대통령의 "팬데믹은 끝났다" 발언 다음 날인 19일 미국 증시에서 코로나19 백신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모더나(-7.14%), 바이오엔테크(-8.60%), 노바백스(-6.51%) 주가가 급락했다. 화이자도 1.28% 빠졌다. 이들 기업의 시총은 하루 만에 약 100억 달러(약 14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로저 송 애널리스트는 "백신 제조사의 주가 하락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반 세이거만 BMO캐피털 연구원은 비관적인 거시경제 전망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새로운 부스터샷 도입에 대한 우려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CBS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팬데믹은 끝났다. 문제가 여전히 있고 아직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팬데믹은 끝났다"고 했다.
CNN은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가 부스터샷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인지 2주 만에 나왔으며, 최근 보건 당국이 의회에 224억 달러(약 31조원)의 예산을 요청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자금 확보 노력에 타격을 줬다며, 향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진화에 나섰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라 로벤하임 보건복지부 대변인도 WP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유효하다"며, 종료된다면 60일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정부가 무료로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비용을 의료보험 종류에 따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했다. 의학연구기관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플 박사는 WSJ에 "완전히 잘못됐다"며 "수백만 명이 '롱 코비드(코로나19 후유증)'를 겪고 있으며, 어떤 백신도 전염을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델 리오 에모리대 감염병 전문가는 뉴욕타임스(NYT)에 "매일 400~5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다"며 "이를 두고 팬데믹이 끝났다고 하기엔 사망률이 너무 높다"고 했다.
이날 '근육통성 뇌척수염(ME)' 등 롱 코비드 환자 수십 명은 백악관 앞에서 정부가 코로나19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행정부가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티븐 모리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사장은 WP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캠페인 메시지"라며, "일상 회복을 위한 다른 많은 메시지와 같다. 심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 행정부를 압박했다. 론 존슨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끝났다면 이제 모든 백신 의무를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도 "팬데믹이 종료됐다면 팬데믹에 입각한 대통령·주지사의 모든 비상권한이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WSJ은 이날 사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팬데믹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비상사태 유지를 통한 정책 지속,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는 정치적으로 유용할 때만 비상사태가 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리나 웬 WP 공중보건·정책 분야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의 말이 맞다"며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코로나19가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감대 속에서 코로나19도 HIV나 암처럼 잘 관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