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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6000㎢ 토해냈다

우크라 요충지 압승 3개 이유

[동북부 요충지 탈환 3가지 이유]
① 자멸한 러시아軍
전쟁 길어지자 용병·수감자 투입, ‘죽을 각오’ 우크라軍에 상대 안돼
② 서방의 무기 지원
러시아 對空 레이더망 파괴하는 미국 ‘레이더 미사일’ 등 큰 역할
③ 우크라의 기만전술
‘남부 헤르손 탈환 작전’ 흘려 러軍 유인한 뒤 동북부 총공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이번 달 시작한 탈환 작전으로 6000㎢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추정치로 밝힌 3000㎢의 두 배로, 러시아 침공 후 잃은 영토의 약 10%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 동북부 하르키우주 주요 도시를 빠른 속도로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미군과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러시아가 이렇게 빠르게 (하르키우주를) 포기한 것에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DW)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압승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러시아군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진격 작전을 펼치며 밀어붙이자 러시아 군인들은 탄약과 탱크 등 무기를 버리고 퇴각했다. 마을 주민의 차를 훔쳐 타고 황급히 도주하기도 했다. 전쟁 초기 징집병을 투입했던 러시아는 이후 사상자가 크게 늘자 민심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용병이나 수감자를 전장에 배치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전투에 나서는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DW에 “러시아 군인들은 전쟁이 길어지자 지쳤고, 싸울 의지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이 지원한 무기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에 주목받은 것은 대공 레이더망을 찾아 파괴하는 ‘고속 대(對)레이더 미사일’(HARM: High-speed Anti-Radiation Missiles)이라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HARM은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발사하는 공대지 미사일이다. 최장 145㎞ 떨어진 지상 레이더파 발신지를 추적해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대공 방어 레이더를 상시 가동하는 러시아는 HARM에 속수무책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군 지휘부와 무기고 등을 타격하고, 탱크로 빠르게 진격하는 속도전을 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사거리 80㎞의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외에도 지난 7월 호주·캐나다·미국 등이 보내준 M777 곡사포 100문, 폴란드와 체코가 지원한 T-72M1 탱크 230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보우찬스크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러시아 국기가 그려진 간판을 찢어 건물 외벽에서 떼어 내고 있다. /로이터 뉴스

러시아군을 속인 우크라이나군 지도부의 ‘기만전술’은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하르키우주를 우선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남부 헤르손을 먼저 되찾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 통상 10~15 대대전술단이 주둔하던 헤르손에 병력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러시아가 남부 전선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뒤, 동북부 전선에서 파상 공세를 펼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방식의 작전이 러시아에 결정타를 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승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군사 전략가로 20여 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쟁 지지자들뿐 아니라 좀처럼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국영 방송에서도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표적 푸틴 지지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 등은 “군 지휘부가 잘못 결정했다”면서도 “푸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 18구 지자체 대표들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대한 인명 손실을 초래했고, 수많은 러시아 군인을 불구로 만들었다. 조국에 해롭다”며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40명 넘는 선출직 공무원이 동의 서명을 했다.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하르키우주 주요 도시를 잇달아 탈환하며 전세(戰勢)가 크게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러시아가 언제든 반격에 나설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군이 중요한 성과를 냈다”면서도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위기에 몰린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술핵무기를 쓸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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