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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 부부의 테슬라 차량. 운전석 유리창에 총탄자국이 선명하다. AP통신 |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30대 한인 부부가 대낮 ‘묻지마 총격’을 당해 임신 8개월 된 아내와 태아가 숨지고 남편도 부상을 입었다.
15일 시애틀타임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11시 경 시애틀 벨타운 교차로에서 권모 씨 부부가 탑승한 테슬라 차량에 범인이 수차례 총격을 가했다.
임신 8개월로 출산을 앞둔 아내(34)는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으나 머리와 가슴 등에 4차례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태아는 응급 분만으로 태어났으나 숨졌다.
남편(37)은 팔에 총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곧 퇴원했다.
범인은 이유 없이 6차례 총격을 가한 후 달아나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다가가자 범인은 팔을 올리며 “내가 했다 내가 그랬다(I did it, I did it)”고 말했다. 범행에 사용한 총은 인근 레이크우드 지역에서 도난된 것이었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고 2017년 일리노이주에서 살상 무기를 사용한 전과 기록이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에 차량 내에서 총기를 보고 (자신을) 쏘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인과 폭행, 총기 불법 소지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6일에는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 아웃렛 앞 주차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모두 8명이 숨지고 최소 7명이 다쳤다. 30대 한인 부부와 3살 아이도 숨졌다.
권씨의 사건 소식이 전해진 뒤 한인 친구가 오픈한 온라인 모금사이트인 고펀드미 계좌(https://gofund.me/6954e160)에는 이날 오후 11시 25분 현재 1,500여명이 모금에 동참해 전체 모금액이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계좌를 오픈한 지 24시간이 되지 않아 당초 목표로 했던 10만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색소폰니스 Kenny G가 권씨 부부의 일식집을 방문했을 당시 찍었던 기념사진. 시애틀뉴스> |
어이없는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권이나 씨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서은지 시애틀총영사는 이날 권씨 부부가 지난 2018년부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인근에서 운영해오던 ‘아부리야’(Aburiya)라는 일식집 앞을 찾아 권씨의 명복을 빌었다.
이 식당 앞에는 권씨의 명복을 비는 꽃다발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으며 명복을 비는 메시지들도 나붙어 있다.
브루스 해럴 시애틀시장도 이날 권씨의 남편인 권성현씨와 통화를 해 지지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해럴 시장은 별도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숨진 권이나씨는 우리 커뮤니티의 비지니스 오너이자 리더였다”고 회고한 뒤 “모든 사람은 안전한 삶과 안전한 이웃 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며 “특히 무참한 총격 사건으로 빚어진 이번 참극은 아시안태평양 주민들에게 특히 두려움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해럴 시장도 일본계 어머니를 둔 아시안계이다.
아드리안 디아즈 시애틀 경찰국장도 이날 열린 총기관련 청문회에서 “내가 20년 이상 경찰 생활을 해왔지만 임신 8개월째인 권이나씨의 총격사건은 내가 본 최악의 총격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권씨는 지난 13일 오전 11시15분께 남편 권성현(37)씨와 함께 자신의 하얀색 테슬라 승용차를 몰고 식당으로 출근하던 중 시애틀 다운타운 4가와 레노라 스트릿 교차로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정차를 한 순간 남성 용의자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용의자인 코델 구스비(30)는 이날 레이크우스 쇼에서 훔친 권총을 들고 권씨 차량쪽으로 걸어가 모두 6발의 총을 발사했다. 4발은 권씨가 맞았고, 나머지 2발은 남편 권성현씨가 맞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이들을 인근 하버뷰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부인 권씨는 끝내 숨졌다. 의료진은 태아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뱃속에서 빼내는 수술을 했지만 아이는 잠시 숨을 쉬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숨을 거뒀다.
용의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지만 14일과 15일 이틀 모두 보석심문과 인정심문에 출두하지 않았다.
경찰은 총격 사건의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는데 온라인 범죄 대시보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시애틀경찰국에 신고된 총격사건은 총 194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