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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틈새 물 분자가 움직임 멈추는 '1조분의 1초' 순간 포착



<국내 공동연구팀이 미세한 틈새에 있는 물 분자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고체처럼 되는 순간을 세계 최초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물 분자의 특성을 더 밝혀내고 다양한 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박형렬 물리학과 교수팀이 정지윤 강원대 교수팀, UNIST 김대식, 박노정, 정준우 교수팀, 김경완 충북대 교수팀, 박윤 서울대 교수팀과 테라헤르츠(THz)파를 이용해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으로 좁은 틈새에 갇힌 물 분자의 움직임이 억제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4 게재됐다.


물 분자들은 다양한 군집 운동을 한다. 과학자들은 아주 좁은 나노 틈새에 갇힌 물 분자는 '계면 효과' 때문에 군집 운동이 억제돼 움직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계면 효과는 물 분자가   양쪽 벽면과의 인력 등으로 정렬되는 현상을 말한다.


물 분자의 군집 운동은 피코초(ps, 1조분의 1) 단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관찰하려면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테라헤르츠파로 관찰해야 공명을 일으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물이 있는 나노 틈새는 테라헤르츠파의 파장보다 100만분의 1 정도로 작아 물 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그동안 불가능했다. 어떤 빛의 파장보다 짧은 물체는 빛의 '회절 한계' 때문에 관찰이 어렵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20나노미터까지 너비를 조정할 수 있는 틈새가 있는 '나노 공진기'를 만들었다. 공진기는 나노 틈새를 채운 물에서 일어나는 분자 운동의 측정 감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연구팀은 나노 틈새를 채운 물에 테라헤르츠파를 투과시켜 빛의 크기가 줄어드는 비율을 측정해 물 분자의 움직임 변화를 살폈다.


관찰 결과 2나노미터 너비의 틈에서는 계면 효과 때문에 물의 움직임이 고체인 얼음처럼 억제되는 것이 최초로 확인됐다. 10나노미터 틈새에서도 물 분자들의 군집 운동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상대적으로 넓은 틈에 있는 물 분자들은 틈 중간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지만 좁은 틈에 있을 때는 물 분자들의 회전 운동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지강선 UNIST 물리학과 연구원은 "나노 틈새에 구속된 물 분자의 움직임이 억제되는 이유로 계면 효과뿐 아니라 군집 운동 감소의 영향도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렬 교수는 "물을 채운 틈새가 1나노미터보다도 더 좁아졌을 때 물의 '초이온 상태(superionic phase)'를 관찰하는 등 2차원 형태의 물 연구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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