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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 먹구름… '우크라 패싱' 거세질 듯
젤렌스키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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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8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이에 따라 당초 정상회담 직후 예정됐던 두 사람의 공동 기자회견과 광물 협정 서명식은 취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설전 이후 백악관을 일찍 떠났다. 그런 뒤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 미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필요하며 우리는 이 때문에 함께 일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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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열기와 압박 속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젤렌스키는 백악관에서 미국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이날 공개된 약 50분 회담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위태로운 장면이 회담 중간중간 자주 연출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지원을 한 것에 문제의식이 큰 트럼프는 “우리 원조에 감사를 표시한 적이 있냐”며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 표현하며 “양보해선 안 된다”라 말한 젤렌스키를 향해 “당신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 “우리가 뭘 느낄지 이래라저래라 지시할 입장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회담에 배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외람되지만 백악관에 들어와 미국 언론 앞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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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는 젤렌스키가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州)를 방문한 것을 문제 삼으며 “반대편을 위해 유세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미국은 처음부터 우리 편이었고 트럼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푸틴에 대해 “그들은 우리 땅을 쳐들어왔고 전쟁을 시작했으며 그들은 이를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 땅에 대해 살인자에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종전 협상 후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푸틴과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終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는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다시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작다” “정말로 흥분되는 순간은 총격을 멈추고 (평화) 협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며 다른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응원 나선 유럽…헝가리만 "트럼프에 감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자 유럽 각 정상과 정치인들이 일제히 젤렌스키를 응원하고 나섰다.
포르투갈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와 통화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지금 러시아라는 침략자와 우크라이나라는 침략당한 국민이 있는 상황에 있다“며 “처음부터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존엄과 독립, 자녀, 그리고 유럽의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EU 의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젤렌스키와 함께하며,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만큼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유럽에 의지할 수 있다”고 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서방의 분열은 우리 모두를 약하게 만들고 우리 문명의 쇠퇴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는 혼자가 아니다”고 연대 의사를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편에 서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우크라이나여, 스페인이 함께한다”며 올해 우크라이나에 1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일하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만 엇박자를 내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그는 자신의 X·에 “강한 자는 평화를 만들고 약한 자는 전쟁을 일으킨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웠을지라도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용감하게 평화를 지지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었다.
美기자, 젤렌스키 향해 "정장 있긴 해요?"… 트럼프 속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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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에서 트럼프를 화나게 한 요인 중 하나가 젤렌스키의 ‘옷차림’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젤렌스키는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워싱턴 DC 백악관을 찾았다. 보통 작업복이나 전투복으로 활용되는 카고바지에 전투화를 착용했다.
젤렌스키는 전쟁 중인 군인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그간 공식 행사에서 비슷한 복장을 입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백악관에 도착하자 “오늘 잘 차려입었다”고 비꼬듯 말했다.
보수 성향 언론사인 원아메리카 뉴스의 기자는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회담 배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자는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레벨의 사무실에 있는데, 정장 입는 것을 거부하나?”라며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이 자리의 위엄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전쟁이 끝난 후에 입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마 당신과 비슷한 옷을 입겠죠?”라며 “더 좋은 옷을 입을지도 모르죠. 저도 잘 모르겠네요”라고 반격했다.
이 장면은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포브스가 기자의 질문과 젤렌스키의 답변을 편집한 2분가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4시간 만에 조회 수 26만회를 기록했다. 댓글 3000여 개가 달렸는데, ‘좋아요’를 많이 받은 것들은 대부분 기자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한 네티즌은 “왜 일론 머스크는 정장을 입지 않는가”라고 했다. 2월 26일 트럼프가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모두가 정장을 입은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혼자 티셔츠에 모자를 쓴 캐주얼 차림이었다. “국가 원수에게 한 가장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사우디 왕자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는지 물어보라” 등의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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