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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드립니다
박 오현 박사(Ph. D), 은퇴 목사 (PCUSA) 겸 명예 교수(Appalachian State University)
흩어져 사시는 독자 여러분! 계사년 새해에 인사드립니다.
새해를 바라보는 임진년 마지막 주 중인 데도 창 밖으로 눈을 돌리니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던 잎 하나가 “뚝”하고 떨어지는 것을 우연히 바라 보면서 아! 저렇게 떨어지는 과정이 “인생의 시간”이로구나! 생각됩니다. 영원 사이에 끼어있었던 -- 바래지고 구겨진 볼 품 없는 -- 그 낙엽의 존재는 마치 삶의 아침 놀에서 멀어진 인생의 저녁 놀에 서있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인생의 시간이란 왔다가 가야만 하는 과정이며 오가는 사이에 끼인 것이 아닌가 다시 생각합니다. 과거는 이미 사라져 없어 졌고 미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이 진짜 시간일 것입니다.
각자의 삶의 공간이 얼마나 지속 될지 모르지만 영원이 아닌 2013년 몫의 시간이란 선물을 각자의 존재 속에 주워 담아 하루 적어도 적 당 양의 셋 끼 에너지를 공급해 주면 올 해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게 될 수 있는 생명 나무로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숙연하여져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이 자람을 위해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는 사람을 “세식이”라 부른다 합니다.
세번 먹는 음식도 다양하게 아침에는 아침을 먹어야 하고 점심때는 점심을 먹어야 하며 저녁때에는 저녁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 배고플 때 이렇게 세 끼니로 살아가는 동안에 질 그릇과 같은 몸속에 심겨진 생명 나무도 매 순간 달라지게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하루에 새벽은 한번 뿐인데”하면서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한 도연명의 시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새 해는 진부하게 회전-반복 만 하는 시계나 회전 목마가 아닌 단 한번 뿐인 귀중한 시간입니다.
잡을 수도, 잡힐 수도 없는 단 한번 뿐인 시간을 속알 없는 쭉정이로 만 살아가지 않고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공간을 취향에 따라 창의적으로 이용 할 수 있을 때에 만 태초의 천지를 창조하시던 하나님과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만남의 순간이 바로 삶의 향기를 풍기는 진짜 시간일 것입니다.
청록 파 시인인 박 목월(1916 - 1978)의 “나그네” 시를 읊으며 한 해를 시작해보는 것도 멋있을 것 같습니다. 올 바로 옮겼는지....!?: 나그네 강 나루 건너서 밀 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 기 남도 삼 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결코 외로울 수만 없다.
태평양 건너와 낯선 타향에서 나그네 길 가다가 이따금 인생의 “저녁놀” 향하여 하늘을 처다 보며 떠나온 고향 생각 하면 허허 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동 편 하늘을 향하여 뒤돌아 갈 수 없는 외 나무 다리를 건너와 만난 낯 설은 이웃들과 술도 마시면서 정 붙이고 함께 어울려 살다 보면 “구름에 달 가듯이” 결코 길 잃지는 아니할 것입니다.
이렇게 타향에서도 우러러 볼 하늘이 있고 아끼며 둘러볼 자연이 있고 따뜻한 마음씨로 어울릴 수 있는 이웃이 있기에 새해에도 길 가는 나그네로서 결단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의 뜻이면 추운 겨울에 쓸 2월달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때 까지 아무쪼록 평안하십시요! 박 오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