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민
- 교육
- 음악/동영상
- English
우러러볼 만한 하늘
흩어져 사시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해 중에 가장 짧은 2월달이 다가왔습니다.
영어로 "February"란 원어의 뜻은 "정결의 예식(축제)"이라 한답니다. 몸도 깨끗하게 하여야 하지만 음악이나 철학이 담긴 글이나 말을 읽고 들으면 청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또는 산을 타면서 정신을 맑게 하고, 기도나 명상으로 본래 티없는 영혼까지도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목욕도 하고 거울을 보는 것처럼 맘을 바르게, 아름답게, 깨끗이 하기 위한 방법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만 그 중의 하나가 본래 청정한 하늘을 우러러 보는 것입니다.
푸른 하늘은 어디든 없는 데가 없기에 일상 생활을 떠나지 않고도 지금 있는 장소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도심지에서는 연기나 먼지 같은 매연이 섞인 공기로 인해 푸른 하늘을 처다 보기가 매우 어렵다지만 그래도 위쪽을 향하여 처다보며 특별나게 눈에 띄지 않지만 티없는 하늘을 상상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상상하거나 쳐다보다가도 오히려 하늘을 배경하고 떠있는 구름, 달, 별, 은하들만을 쳐다보며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는 하늘을 깜박 잊어버리기가 십중팔구입니다.
더더구나 "절대"로 직접 쳐다보아서는 아니되고 또 보지 말아야 할 태양까지 하늘로 오인할 뿐만 아니라 자기 것도 아닌데도 자기 본위적인 말로 "오 나의 태양!" "오 나의 해님!"이라 부르며 쳐다보다가 눈뜬 봉사가 된 경우도 허다 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디에도 비쳐주는 해인 것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은 꺼멓게 그슬린 유리를 통하여 보든가 아니면 시야를 넓혀 태양을 등지고 태양을 존재하게 하는 --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 광대무변한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없이 넓고 높아 눈에 띄지 않고 드러나 보이지 않는 하늘은 거울과는 달리 "절대"로 반사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망망한 하늘을 우러러 보다가 눈을 감으면 산이나 강과는 달리 언제 다가왔는지 우리를 있는 그대로 감싸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런 눈감음으로 말미암아 "하늘 나라"가 우리 맘에 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내재하는 하늘의 존재를 느끼며 잠시 머물다가 다시 길 떠나야만 하는 나그네로서 내 것도 아닌 주어진 삶을 살다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코발트-푸른 하늘을 우러러 볼 때면, 흉과 허물 없는 사람은 이 지구 상에 하나도 없어 정죄할 만한 욕설-허물-흉이 따로 없다고 깨닫게 되는 순간에 무겁고 답답한 마음이 하늘에 떠있는 구름처럼 저절로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깨끗게 할 것도 더러워할 것도 없어 결단코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고 아무도 미워할 사람이 없다고, 이렇게 하늘은, 언제 맘 속으로 다가왔는지, 인간들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칠 것이 없어 거리낌이 없는 광대무변한 하늘은 이렇게 모든 것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아무런 조건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선과 악으로 이리저리 얽힌 실존 그대로 포용하든가 아니면 "하늘의 인과 법칙"으로 풀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코딱지 만한 지구 위에 무슨 이변들이 일어나도 끄덕도 아니하는 하늘은 우리 인간들로 하여금 태평스럽게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면서 사는 법을 터득하라는 것 같습니다. 며칠전 한국이 낳은 조 수미 가수가 TV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동시에 그녀가 부르는 티 없는 청아한 노래도 곁들이면서 저의 아내와 함께 맑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랍-중동인들 앞에서는 노래 부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의 말을 하면서, 이슬람교가 비뚤어지면, 그런 그릇된 종교로 말미암아 자유를 빼앗기고 기본적 권리까지 빼앗긴 아랍 국민들 앞에서는 노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토하였습니다.
정신을 번쩍 뜨게 한, 철학이 담긴 뼈대 있는 말을 듣고 있던 저의 아내가 그 이의 말을 메모했다가 칼럼에 보태어 써보라고 저에게 건네 주었는데, "언론의 자유와 인간의 기본 권리가 묵살당하고 있는 교회에서도 바른 믿음 생활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집니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하늘은 천태만상의 존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있게 하는데 우리 인간들만이 편 가름하면서 자기만 옳다고 남을 지지고 볶고 뽑아 없애려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하늘을 바로 우러러 보지 못한 탓은 아닐는지요! 몇 주 전 저의 졸작 칼럼을 빠짐없이 읽어주시는 한 여성 애독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그 편지 봉투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에 "justice"라 찍힌 우표가 붙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겉 봉투에 의도적이 아닌 "우연히..." 붙인 것이라 하시면서 저에게 "Justice prevails!"(정의는 승리한다.)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가수 조수미씨와 그 여성 독자의 말을 합하여 표현한다면, 하늘이 허락한 자유와 권리 그리고 정의를 무시하는 장소에서는 떳떳한 나그네 생활을 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우물 안 개구리" 안목으로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 그리고 진실 그 자체인 공명정대를 묵살하거나 빼앗는 교회가 있다면 어찌 "하늘 나라"가 그곳에 임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 아래서는 다 거기서 거기이고,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는 없는 인생인데도....
2월달에 이렇게 정결에 관한 것을 사색해보면서, 무심히 하늘을 우러러 쳐다보기만 해도, 우리 영혼을 깨끗게 할 것도 마음이 더러워질 것도 없어, 인간의 부끄러움이 저절로 사라져 평화의 지경에 이를 것 인데!! 생각해 봤습니다.
아 참! 밖에 나가볼 일이 있어 목욕한 후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아무쪼록 겨울철에 몸과 맘을 잘 챙기시면서 평안하시고 다음 달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박 오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