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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삶의 기쁨과 행복 : 노동삼락(老童三樂)

정 동 근

 

또 한해가 돌아오지 않는 세월의 강물속으로 흘러가고 2013년의 계사(癸巳)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지난 세모(歲暮)에 한국에서 옛 친구가 email로 보내온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세월은 고장도 없네…”라는 가수 김용임의 애절한 노래는 내가슴을 찡하고 섬뜩하게 하였다.

 

노경(老境)에 들어서니세월에 가속이 붙어 더욱 빨리 흘러가는 듯 느낀다. 남은 햇수가줄어드니 이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일지니라. 한 심리학자에 의하면 사람이 늙어감에 따라 세월이 빠른 속도로 흘러감을 느끼는 이유는,人生이란 유유히 흘러가는 강가를 따라 달려가는 것과 같아서 피끓고 젊음이 용솟음치는 청장년 시절에는 도도하게흐르는강물을 앞질러 달려가지만 노년에는 체력이쇠하여 강물보다 처지게되니 강물이 더욱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듯 하여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게 Einstein의 상대성이론(Relativity theory)의 한 단면이 아닌가 하고 자문자답해본다. 시간의 상대성을 잘 나타낸 작자미상의 영시 한수가 생각나서 우리말로 옮겨본다.

 

시간이란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나도 더디가고

두려움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가고

슬픔의 시간은 너무나도 길고

즐거움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고

시간이란 오직,

사랑함의 시간만이

영원하도다

 

Time is

 

Too slow for those who Wait,

Too swift for those who Fear,

Too long for those who Grieve,

Too short for those who Rejoice,

Time is

But, for those who Love

Eternity.

 

시편 기자는 “우리의 년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하였는데,이제 산수(傘壽)가 넘었으니 어언간에 나의생명주기(Life cycle)도 마지막 문지방 안으로 깊숙히 밀려 들어갔다.

 

부질없는 집착(執着)에서 벗어나서 남은 햇수를 헤아리며 넉넉하고 뜻있는 노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노인고(老人考)에 의하면 노년의 삶에도 여러 반열이 있다고 한다.

 

늙어가며 아무런 미련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자연에 심취하여 옛 신선처럼 주유천하(周遊天下)하며 사는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몸과 마음이 강건하고 삶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고 자족하며 우아한 학처럼 사는 노학(老鶴), 비록 육신은 늙고 쇠하여도 순진무구한 동심(童心)으로 돌아가서 학동처럼새로운것들을 배우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노동(老童),

 

집안에서 손주나 돌봐주며 가끔 동년배들과 어울려 장기나 바둑으로 시간을 보내는 노옹(老翁),

 

별로 능력도 없으면서 권력이나 감투욕심에 사로 잡힌노광(老狂),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외롭고 쓸쓸한 삶을 보내는 노고(老孤),

 

늙어서 수중에 용돈 한 푼 없는 가엾은 노궁(老窮),

 

늙어서 불치의 병으로 죽지 못해 사는 노추(老醜)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현재 나의 삶은 어느 반열에 해당하는가 생각해본다. 근본이 금오산(金烏山) 산록의 촌뚜기인지라 노선이나 노학은 나의 취향이나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의 스타일이다.

 

순박한 동심으로 돌아가 그동안 고되고 바쁜 삶에 쫓겨 못읽었던책도찾아읽고,Digital 시대의 Computer 조작도 공부하여 젊은 시절의 호기심(Curiosity)도 되살리고, 때로는 벗들과 어울려허물없는 우스갯소리로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여생을 즐길 수 있는노동의 삶이 나에게는 매력이 있다 하겠다.

 

유태인의 탈무드에도“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는 배우는 자이고 가장 행복한 자는 감사하는 자”라고 하였다. 노동의 삶이 주는 첫번째 낙은 바로 독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한달에 한두번헌책방에들린다.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노년의 넓은 시야로 선택한 책에서나는작은 기쁨과 새로운 깨달음을 얻곤 한다.

 

근자에 포르투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JoseSaramago, 1922-2010)의소설: Death with Interruption(2008, 죽음의 중지)을읽고서 인간의 삶은 죽음이 없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축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사라마구는 인간의 죽음과 삶에 대한 공포를 그의 독특한 기지와 유머를 섞어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신(神)은영생을누리게 해 달라는 인간들의 간곡한 기도를 새해 첫날 자정부터 들어주기로 하고 모든 인간의 죽음을 중지키로 한다.

 

이 소문이 퍼지자 영생을 얻은 인간들은거리에 쏟아져 나와 영생을 기뻐하는대축제를벌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허락받은 영생의 기쁨은 잠깐이요, 가정마다 고령과 질병에도 죽지않고 목숨만 겨우 붙어 신음하는식구들을 보살펴야하는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교회는 죽음의 재개를 간구하는 기도회로 탈바꿈되고, 생명보험은 무의미해지고, 모든 장의사는 애완동물 장의사로 전락한다.

 

거리는정부 당국의 비상구호 대책을 요구하는 실업자의 데모로 연일연야 소란스럽다.모든 병원은 각종 대형 사고와 참사에도 죽지 않은 사람들과 고령과 병고에도 죽지 못해 아우성치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되고 온 나라는 아수라장(阿修羅場)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웃나라에 가면 죽을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게 되자 죽지못한 가족을 데리고 앞다투어 위험을 무릎쓰고 야밤에 국경을 넘어간다. 이 소설을 읽고 죽음도 때를따라우리 인간에게 축복의 하나임을 다시금 생각케한다. 죽음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있을 수 없다 하겠다.

 

둘째, 노경에Digital 문명의 이기를 공부해서 사용하는 것은 노동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낙이다. 이메일을 통해 수천만리 떨어져 사는 벗들과주고받는 근황과유용한 정보는 소중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기쁨과 행복은 삶의 결과가 아닌 그 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작고 사소한 이벤트(Event)에서순간순간 느끼는 찰나(刹那)적인 것이다.얼마전엔 딸에게서 Web-cam을 선물받아 컴퓨터에 설치해 수천 마일 떨어져 사는 어린 손녀들과 서로 얼굴을 맞보고 깔깔대며 “할아버지 사랑해요!”,“I miss you!”와 같은 대화를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은 필설로는 다 할 수가 없다.

 

1964년 초여름에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홍안의East-West Center 장학생으로 하와이에 발을 내딛고 나서 10여년 간이나 한국에 전화 한통 하지 못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실로 격세지감을 불금한다.

 

셋째, 노동의삶에서가끔 고전음악에심취하여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낙이라 하겠다. 은퇴 후에 뜻하지 않게 Greensboro Symphony Orchestra로부터 음악의 문외한(門外漢)에게 Board Member가 되어 달라는제의를 마지못해 수락하고 나서부터 시간을 내어 시작한 고전음악 감상과거장(巨匠)들의 전기는 나의 노동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필자의 무식의 탓일지 모르나 신년초에 비로서 Beethoven의 Symphony No. 5를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운명 교향곡”이라 부르는 연유도 알게 되었다. 그의 제자(Anton Schindler)가 제 1악장 서두의 주제가 무엇을 의미하냐고 물었을때“운명은 이와같이 문을 두드린다”(“Thus, fate knocks at the door.”)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와같은 나의 노동삼락(老童三樂)은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소중한기쁨과 행복이라 하겠다. 노동의 반열에 들어 남은 햇수를 계수(計數)하며 의미있는 삶을 살다 떠나고 싶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데, 그것이 쉬운 것이 아님을 알고는 있지만 나의 마지막 바램이라고나 할까 보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지난 한 평생의 우여곡절의 삶의 궤적을 돌아본다. 비록 세상에 내가 했노라 하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것은 없지만, 내앞에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는 21세기 Digital 문명과 우주항해시대 속에서 우주적 안목 (cosmic viewpoint)으로나의 삶의 궤도를 돌이켜 본다.

 

지난 한평생은 70억 인생들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이 연출되는 떠돌이별(planet),‘지구’라는 방대한 우주선을 타고 춘하추동 4계절을 즐기면서도시속 250 마일이라는 놀라운 속도로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에서 모든 생명체의근원이 되는 빛을 쏟아부어주는 태양의 주위를 궤도이탈없이 83회나 공짜로 우주 크루즈(Cosmic cruise) 여행을누리도록여기까지 도우시고 인도하신하나님께 감사한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Happy Enough!”).노동삼락은 마치“가물어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와 같이나의 노년의 삶에 생동감을 소생(蘇生)케 하는자그마한 기쁨과 행복을 때를따라 공급해준다.

 

필자:

•은퇴교수(North Carolina A&T State University)

• Korea-America Economic Association(KAEA) 사무총장/부회장 역임

• International Council for Korean Studies(Washington, D.C.) Board Member(2003-현재)

• Greensboro Symphony Orchestra, Board Member(200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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