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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학과 커트라인 의대를 능가
수학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전 세계적 흐름
미국서도 월가에 수학 전공자 진출은 흔한 일
2012년 7월 16일 한국 수학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린 제53회 국제 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한국 대표단이 금메달 6개를 획득해 종합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100개국 548명의 참가학생 중 6위를 거뒀던 장재원씨(당시 서울과학고 3년)는 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수학과에 진학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우수한 인재는 의대에 간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다. 장재원씨는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다르다”고 말했다. 전교 1, 2등이 나란히 의대에 진학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과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가끔 ‘수학자가 돼서 뭐할래?’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요. 모르는 말입니다. 요즘은 여기저기 수학이 안 쓰이는 분야가 없죠. 제 꿈도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수학자가 되는 거예요.” 또 수학 전공자들의 진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도 수학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다.
하승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겠지만 석박사 과정에 들어서 다른 학문과 융합한 응용수학을 공부해 전문가로 나서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해석학을 공부한 학생이 금융 전문가로 진출하기도 하고, 선형대수학을 공부한 학생이 기후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수학자가 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대학의 수학과 경쟁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수학이 다른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키워준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수학이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한수학회장을 지낸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수학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전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전공은 해석학이다. 한국 수학계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해석학 분야는 수학을 비롯해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등에도 응용된다. 김 교수는 “거의 모든 사회현상의 변화는 해석학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개발된 편미분방정식은 금융 분야는 물론 디지털기술, 의학기술, 기후예측과 교통이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 중에도 수학자가 많다.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이드 섀플리 UCLA 명예교수를 비롯해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모델이 된 존 내시 프린스턴대 교수,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대 교수와 로저 마이어슨 시카고대 교수까지 수학은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응용수학 분야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던 예전과 달리 분석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사회과학적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 해석학을 전공한 배형옥 아주대 금융공학과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학생이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며 이공계열 학생만이 고등수학을 공부한다는 선입견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흔히들 수학자가 되려면 계산 능력이나 한 가지에 파고드는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고방식이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한 사고방식, 합리적 판단은 수학자뿐 아니라 요즘 사람들에게 모두 중요시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수학과 출신들이 미 월가에 진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계는 현재 미국 우수한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 중 하나이다. 연봉이 왠만하면 년 $30만 불 선이기 때문이다.